GJCU 생활수기 공모전

희망을 꿈꾸다.

신승옥 (보건의료행정학과)

햇살을 담은 단풍 빛깔이 참으로 고운 계절이다. 길가에 노랗게 곱게 물든 은행나무와 길 위에 가득 쌓인 낙엽이 운치를 더하는 날들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이즈음, 나는 나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을 위해 첫발을 내딛었다. 그 덕분에 며칠 후면 나의 결혼기념일인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의 기억이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생후 8개월 경 소아마미의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 다리에 힘이 없어 가까운 거리도 편히 걸을 수 없기도 하지만, 잘 넘어져서 어린 시적 내 무릎에는 붕대가 떠날 날이 없었다.

부모님께는 다른 형제들보다도 안쓰럽고 가슴 아픈 자식이었다. 그러기에 부모님은 다른 자식들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하기를 바라셨고, 결혼 상대도 당신들의 뜻대로 당신 자식의 불편함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인생의 앞길을 걱정 없이 보듬고 갈 수 있는 사람이기를 희망하셨다.

하지만 남편은 우리 사회에서 보통사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외형적으로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나보다 장애가 훨씬 심한 지체장애 1급이었다. 지금은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가 놓여 왕래가 수월하지만 시골에서 술과 폭력을 일삼고 가난한 아버지 밑에서 사랑받지도 못하고 학교 문턱도 넘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장애가 나보다 심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결혼을 반대하였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였다. 결혼 당일 엄마는 뒤에서 눈물만 흘리고 계셨고, 아버지도 일주일 내내 눈물만 흘리셨다는 이야기를 훗날 들을 수 있었다. 한쪽 부모님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결혼식이 기쁠 수만은 없었다. 어릴 적부터 가장 불효하는 자식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해드린 것이 지금까지도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올해 우리 부부는 6년의 연애기간을 거쳐 벌써 결혼 14주년을 맞이한다. 지금은 부모님께서 살갑게 대하는 남편을 어느 자식들보다도 믿고 의지하시며 대견해 하신다.

남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나는 남편의 참됨과 부지런함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금도 나는 남편의 이런 면을 자랑스럽게 생가가고 존경한다.

오해 마흔 일곱인 나에게 공부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사람들 중의 한명도 남편이다. 삶의 회의를 느끼는 나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요즘은 공부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즐겁고 흥이 절로 생긴다. 내 인생이 요즘처럼 행복했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듯하다.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국제디지털대학교의 학생신분으로서의 삶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