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우리 가족

 [아동교육상담학과 이명석]

출근하는 길에 울긋불긋한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며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계절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사계절을 볼 수 있고, 분수와 음악이 있는 바쁜 생활 중에서도 마음에 여유를 갖고 생활하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삶의 여유를 갖지 않고 살아가면 한 송이의 꽃도, 들에 핀 야생화도 예쁘게 보이지 않고 ‘때가 되었으니 피었구나’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간다면 만물의 소중함과 들에 핀 야생화까지 예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들 수 있는 것이므로 여유로움 속에서 만물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국제디지털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과 학생으로, 유아교육에 항상 관심이 많았던 저는

뒤늦게 학구열이 불타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유아의 훈육법, 유아에게 어떤 활동이 EQ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아동의 심리 및 아동 미술활동시 교수학습법 등 많은 공부를 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 생활을 공동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이 있다면 모든 일은 맘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

을 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학과 특강이 있어서 갔다가 우연히 교수님께서 생활수기를 쓰라고 하셔서 고민도 되었지만 저는 생활수기 주제를 ‘우리 가족’으로 정하고 우리 가족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1995년 3월에 Feel을 받은 한 남자를 만나 열렬한 사랑을 해서 1996년 4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1년 동안은 눈빛만 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런 때도 있었습니다. 1997년 11월에 첫아이인 딸을 낳고 제가 낳았다고는 믿어지지 않았던 예쁜 아이였습니다. 육아 잡지를 매월 서점에서 구입하여 아이에게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잡지에 나와 있는 명화 사진을 오리고, 코팅을 하고, 모빌을 만들고.. 아이와 어떤 방법으로 놀아줘야 좋을까 등 많은 생각을 하며 아이와 보냈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엄마였지만 아이에게는 집에 있는 엄마 못지않게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엄마였던 것입니다. 아이는 큰 병치레 없이 자라 줬습니다.

1년 정도를 장거리로 출퇴근하는 엄마한테서 아침에 찬바람을 맞고 다녀야 했던 아픈 기억도 있었습니다. 제가 차가 없고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가서 친정에 아이를 맡겨 놓고 출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시어머님께서는 가까이 사셨지만, 몸이 편찮으신 관계로 아이의 육아를 책임질 수가 없으셔서 친정엄마가 3개월 가량을 돌봐 주셨는데, 아이가 예쁘다고 엄마가 동네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오토바이도 태워주시고..좋은 할머니 역할을 해주신 것입니다.

큰 아이가 4살쯤에 2000년 8월에 둘째아이인 아들을 낳았습니다.

큰아이는 딸, 둘째는 아들..남편이 아들이라는 소리에 어깨를 으쓱하던 기억도 납니다.

삶이란 행복한 세월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결혼생활 12년차 직장인과 주부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삶의 희로애락이 생각납니다.

장남과 결혼한 저는 결혼을 시작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돈벌이가 되지 않는 시아버지와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시어머니, 결혼 생활과 동시에 우리는 시댁에 생활비를 보태줘야 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나마 아이들은 시어머님께서 양육을 도와주셔서 보육시설에 맡기면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난 많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시어머님께서는 아이를 돌봐 주시는 것에 대해 공치사 듣기를 원하셨고, 당신이 외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아이들을 돌봐주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가슴속에 답답한 통증이 밀려올 때도 있었습니다.

깔끔한 성격의 어머님은 집안 청소며 반찬 사오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며 잔소리를 하시는 성격의 소유자 이셨습니다.

‘생선이 품질이 좋지 않고 비싸다’라고 말씀하시며 사사건건 제가 행동이 얄미웠는지 잔소리를 거의 몇 년을 듣고 살았습니다.

저는 어머님께서 아이들 양육에 관해서 말씀 하실때는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지는 것 보다는 친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나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이겨 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가끔 스트레스를 저한테 이런 방식으로 푸는 것 외에는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것도 만들어 주고 잘 놀아주는 애정과 사랑이 많은 할머니였습니다.

지금도 예전에 좋지 않았던 기억을 생각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밝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도 모두 어머님 덕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성격이 하고 싶은 말은 우회해서 하고, 내 도리를 지키고 사람이 해야할 경우를 잘 아는 사람이며, 제가 잘하면 모두 잘 될 꺼라 믿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1년 정도를 아파트 분양을 받고 대기 중이라 어머님하구 함께 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면 청소기를 돌리고, 제가 결국 잠에서 깨게 하시고,

목욕하고 수건을 많이 쓴다고 투덜투덜 대셨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난 가끔 울먹이며 ‘나는 내 도리를 다하고 있는데 왜 나한테는 이런 불행이 오는 걸까’ 생각하며 집에 가는 것도 잊은 채 친구를 만나고 배회를 하며 돌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따뜻해야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집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인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가운데서 마누라 눈치 당신 어머님 눈치를 보면서 괴로워했으며,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또한 나이어린 시누이와 시동생이 ‘아이들 키우다 우리엄마가 이렇게 많이 아픈 거라고’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라고 얘기 하더군요.

저는 돈벌이 때문에 직장을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시설에 맡기는 돈을 우리가 생활비로 다 드리고 있고, 불평불만이 조금만 없었더라면 내가 더 얼마나 잘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자기의 한치 앞을 모르고 행동하고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비수의 칼을 꽂는 말을 해서는 더더욱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사람들은 상처를 주며 그 상처의 아픔이 얼마나 오래 갈지를 생각하지 않고 내뱉어 버리는 말로 언젠가는 본인이 당해야만 그 아픔을 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시설에 맡기고, 그럼 생활비도 드려야 하고, 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이 많지도 않았던 세월에 감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아이를 시설에 맡길 만큼 많이 자라지도 않았고요.

결국 저는 아이를 위해서 참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4세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4세가 되던 해에 놀이방에 맡겼습니다. 어머님은 놀이방에 맡긴 아이를 가끔 보고 싶다고 수업도 끝나기 전에 데려가 버릴 때도 많았고, 아예 놀이방에 등원을 시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이를 놀이방에서 마음대로 하실 거면 어머님께서 놀이방 보육료도 절약하고 봐주시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저는 어머님에게도 자유를 드리고 싶어서

더 말씀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자라고 우리는 어머님과 함께 살았던 동네에서 2년 전에 제가 다니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이들을 이제는 어머님 손에서 놓고 제가 거의 혼자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때가 온 것입니다. 아침에 깨우고 밥 먹이고 옷 입히고 사람이 없어봐야 사람 귀한 것을 안다고 했던가요. 당장 일찍 출근하는 남편은 가버리고 남아서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저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고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머님이 계셨다면 좀 더 편안했을텐데..생각을 하면서요.

이처럼 사람은 간사한 동물인 것입니다.

어찌되었던 아이들도 이제는 많이 적응을 하고 서로를 챙겨주며 기특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저 또한 아이들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지난날을 회상해보면, 우리 어머님께서 저한테 말씀했던 사항들이 서운함으로 밀려왔다가도

어머님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쏟은 애정을 생각하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친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난 것이 현재의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다른 사람들이 보면 맞벌이 가정의 자녀 같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머님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지켜지지 않았을 꺼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의 우리 어머님께서는 저를 이제 인정을 하십니다.

인정을 받기까지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고맙다, 미안하다, 고생많다’ 등

이런 말씀만 해주십니다.

제가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 돌보느라 힘들다면서 김치며 밑반찬을 만들어 주십니다.

또한 제가 출장이나 교육을 갈 때면 어머님께 부탁해서 집에 와서 계셔달라구 말씀드리면

급한 일 없으면 해주십니다.

주위에서 이런 어머님을 둔 것을 얼마나 다들 부러워하는지 모릅니다.

어려웠고 힘들었던 지난날이 있어 지금의 저는 행복합니다.

어머님께 더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며, 어머니의 지금의 심정을 이해하며 어머님이 아닌 같은 여자로 어머니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녀가 결혼을 하기 전에 홀로계신 어머니는 단지 엄마로서만 자식들이 보는 것입니다. 어머니도 여자인 것을요.

전래동화에 나오는 북두칠성이 된 일곱형제처럼 항상 겨울에 아궁이에 불을 넣어드려도

어머니는 춥다고 하시면서 새벽이 되면 다른 동네에 사는 할아버지를 개울물을 건너 만나고 오는 그런 동화 내용이 있습니다.

이것처럼 결혼을 해보니 우리 어머니들도 여자인 것입니다. 저도 그것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부도 살아온 생활환경이 다른 탓으로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람을 바꾸지 말고 그 사람에게 맞춰서 평행선으로 간다면 이해 못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요..

어머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